조금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조금 무책임한 타이틀이다. 한 치 앞도 내다 보기 힘든 한국 정치에서 어떻게 저런 단언을 내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선 자극적인 제목에 대한 사과로 글을 시작하겠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이 국민참여당의 새 대표로 선출되었다. 단독 입후보하여 총 3060표 가운데 2969표의 찬성, 압도적인 득표율로 선출되었다. 예상되었던 바이기 때문에 전혀 놀랄 것은 없다. 다만 유시민이 드디어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 이제 야권의 대선후보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경쟁 구도는 크게 보아 2강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2중 (정동영, 한명숙) 다약 (나머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2강이 정말 '强하다'고 볼 수는 없다. 상대 진영에서 대세론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비해 현재 지지율에서 현저히 밀리기 때문이다. 손학규, 유시민과 지지율이 비슷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 쪽에서 '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솔직히 유시민은 선거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유시민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여 김문수 도지사에게 패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가 전국적으로 야권의 승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시민의 패배는 유시민 개인의 패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시민의 경쟁력을 결코 저평가할 수 없다. 일단 2012년 대선은 어느 쪽이 이기든 간에 2007년 대선처럼 일방적인 승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본선 득표율도 낮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유시민은 잠재력이 높은 후보로 여겨진다.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이른바 '유빠'라 불리는 강력한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다. 2002년 노무현이 그랬다. 노무현 추모 정서로 탄력을 받는다면 '노풍' 못지 않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 유시민은 2002년 노무현보다 훨씬 많은 고정 지지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박근혜가 폭넓고 강력한 고정 지지층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맞설 수 있는 후보는 유시민 뿐이라는 논리도 제법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유시민이 야권의 2012년 승리를 이끌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야권 내부 경선 경쟁력과 본선 경쟁력으로 나누어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 글은 내부 경쟁력을 이야기할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유시민이 야권의 단일 주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1. 친노의 분화
몇 일 전, 의미 있는 뉴스 하나가 나왔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차기 대선주자로 손학규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대표 선출을 3일 앞두고 나온 소식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그보다 조금 전에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유시민은 친노가 아니다'며 '이광재, 안희정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사실 국민참여당은 '친노 정당'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막상 대표적 친노 인사는 유시민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정도다. 우리가 보통 '친노'하면 떠올리는 문재인,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한명숙은 참여당과 거리가 멀다. 3당합당 시절부터 노무현과 함께 했던 김정길도 민주당 소속이고, 2002년 유시민과 함께 개혁당을 이끌었던 김원웅도 민주당 소속이다.
'친노' 이미지가 유시민이 야권의 유력 주자로 손꼽힐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현 시점에서 야권의 유력 차기 주자는 손학규와 유시민 아니던가? 손학규는 야권의 '비노' 진영을 대표하고 있고, 유시민은 '친노' 진영을 대표하고 있다.
유시민 역시 '친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민참여당은 노란색깔을 사용하고, 유시민은 대외 행사마다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다닌다. 국민참여당은 스스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 '노무현의 삶을 당원의 삶과 당의 정치적 실천을 규율하는 거울로 삼을 것'이라고 자처한다.
그러나 유시민을 둘러싼 상황은 점차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작 친노 인사들은 '친노 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참여당을 외면한다. 친노 지지자들의 지지도 완전히 획득하지 못 하고 있다. 유시민의 여론조사 상 지지율은 10% 내외를 넘나들지만, 국민참여당의 지지율은 5%도 되지 않는다. 20%를 넘는 민주당 지지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유시민의 '친노' 대표성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유시민에 대적할 수 있는 친노 대권주자를 내놓는다면? 유시민은 급격한 도전을 받게 된다. 앞으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민주당과 민주당 내 친노들의 유시민 견제가 치열해질 것이다. 그 주자가 굳이 '친노'일 필요도 없다. 친노 진영이 손학규 중심으로 뭉치면서 '안티 유시민'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이광재의 손학규 지지 선언은 그 시작일지 모른다.
2. 유시민이 대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009년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다. 이 서거정국 속에서 두 대통령은 진보 진영의 어떤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진보 진영의 큰 스승이 되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롤 모델이 되었다.
노무현이 상징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 것을 연구하는 것은 진보 진영의 공통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대표적인 친노 진영의 정치인들이 그 것을 하나씩 가져갔다고 생각한다.
노무현-문재인 : 권력에 초연한 모습. 노무현은 어떤 결정적인 상황마다 권력에 초연한 모습을 보였고, 그래서 강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문재인 본인은 정치를 끝까지 고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정치권의 손짓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력에 욕심 없는 모습, 그 모습은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던 노 대통령의 말대로 문재인에게 오리지널리티가 있는지도 모른다.
노무현-한명숙 : 국민 통합. 노무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로 꼽았다는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생 지역주의에 맞섰고, 국민 통합에 가치를 두고 정치를 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 스타일 자체는 통합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그런 결점을 인식한 노 대통령에게 한명숙은 통합형 지도자로 적합한 인물이었다.
노무현-안희정 이광재 : 정치 철학의 공유. 노무현 대통령과 가장 정치 철학이 가까웠던 인물들이었다.
노무현-김두관 : 지역주의 타파. 지역주의 타파에 몸을 던졌던 노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한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노무현이 결국 부산, 경남 지역에서 한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것과 달리, 김두관은 경남도지사 당선이라는 엄청난 실적을 거두었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과 인간적으로 가깝지 않았고, 중앙정치에서 뛴 경험이 없다. 이 점이 '차기주자 김두관'의 부상을 시기적으로 늦추고 있다.
노무현-유시민 : 정치 스타일. 연설과 토론을 잘 하고, 정적들과 맞서 싸우는 정치 스타일. 유시민은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별명도 가졌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을 비호하기 위해 한나라당 뿐 아니라, 당내 386 인사들과도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노무현을 위해 싸웠다'는 점이 그의 '친노' 이미지를 굳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쭉 살펴 보면 유시민이 대표적인 '친노' 차기 주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나타난다. 노무현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가장 닮은 것이 유시민이었고, 대외적으로 노무현을 위해 가장 열심히 싸운 사람이 유시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노무현 사후에 유시민이 국민참여당을 통해 '노무현 이미지를 재생산'하는데 적극적이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TV와 신문을 통해 '이미지를 소비'하는 대중들은 안희정, 이광재 등을 접하기 어려웠던 반면, 유시민을 자주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이미지냐는 의문이 남는다. 앞으로 민주당 내 친노 정치인들과 유시민 사이에 '노무현 계승'에 대한 경쟁이 가속화될 경우, 유시민은 '정말 무엇이 노무현을 계승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문에서 유시민은 불리한 조건이 몇 가지 있다.
가령 '지역주의 타파'를 생각해 보자. 2008 총선 당시 유시민은 대구에 출마했고 "대구에 뼈를 묻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년 만에 경기도지사로 출마했다. 물론 정권 심판이라는 막중한 과제 때문이었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유시민은 결국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지 못 했다. 결국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친 셈이다. 심지어 '유시민이었기 때문에' 졌다는 패인 분석도 쏟아졌다.
정치개혁의 가치도 마찬가지다. 그는 명분을 놓쳤다.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에서 탈당해야 했던 명분이 무엇인가? 대다수 국민들은 납득하고 말고를 떠나, 왜 민주당에서 탈당했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설령 그 명분이 있다고 해도 대다수 친노 인사들이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명분이 많이 퇴색된게 사실이다.
3. 민주당과 유시민, 그 애증의 관계
지금 모든 진보 야당들은 야권 연대, 야권 통합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 것은 분명히 쉽지 않다. 지난해 6.2지방선거만 하더라도, 중앙당 차원에서는 사실상 연대에 실패했다. 영남과 호남에서는 연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가 이루어진 것은 지방선거의 특성 때문이었다. 우선 1인 8표제 때문에 협상이 가능했다. "광역단체장은 니가 먹고, 기초단체장은 내가 먹고" 식의 협상이 가능했다. 그리고 지방선거의 특성 상, 지역의 지구당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각 지역별로 야권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은 지방선거와 다르다. 이건 중앙당 차원에서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게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난감한 부분은 호남이다. 총선에서 민주당은 많든 적든 호남 의석의 상당수를 야권에 양보해야 한다. 일단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양보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그 현역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큰 문제다. 그리고 그 무소속들이 대거 당선되면 어떡할 것인가? 그들의 민주당 복당을 허용하지 않을 것인가?
야권 연대는 적든 많든 호남의 양보를 수반한다. 그리고 그 것은 호남 지역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호남 지역주의에 대한 논란은 어쩔 수 없이 야권 내의 치열한 논쟁을 촉발한다. 그리고 이 때 논란의 핵심에 서는 인물이 '호남 지역주의에 비판적인' 유시민이다. 최근 칼럼니스트 고종석이 유시민에게 '영남패권주의자'라며 날선 비판을 가했는데.. 유시민에 대한 호남의 정서가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시민의 존재는 야권 통합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호남 뿐 아니라, 민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시민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는 점은 야권 통합 과정에서 굉장한 난제로 작용할 것이다.
4. 손학규 변수
위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유시민은 차기 주자로 자리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것은 바로 여론의 힘이다. 유시민이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받는다면 위와 같은 문제는 모두 덮을 수 있고, 야권 지지층은 그에게 몰려들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야권에 경쟁력 있는 주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손학규라는 존재가 있다.
지금까지 유시민이 야권 주자로 부각되어 왔던 것은 야권에 유시민만한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존재감 있는 후보가 없었고, 특히 친노 진영 중에는 더더욱 없었다. 한명숙이 잠깐 부각되었으나 점점 밀려나는 형국이다.
그러나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주자들이 등장한다. 특히 손학규의 존재감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손학규가 민주당을 이끌만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느냐에는 의문부호가 달리지만, 어쨌든 손학규는 차기 주자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불확실하다. 손학규는 이제 갓 야당 대표로 자리를 잡았다. 그 동안 손학규가 쌓아 올린 이미지는 주로 한나라당 시절이었다. 이제 민주당 손학규, 야당인 손학규로서 이미지를 쌓아 올려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손학규는 유시민 못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다. 따라서 손학규가 따는 점수가 유시민의 점수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유시민의 인기가 단지 '유일 존재감' 때문이었는지, 유시민의 힘 때문이었는지 확인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대권주자들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다. 앞으로 유시민의 존재감은 도전 받을 것이고, 유시민의 운명은 여기에 대처하기 나름이다.
전체적으로 유시민에게 비관적인 글을 썼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야권 통합 과정도 변수고, 그 외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보다 자세한 토론이 댓글을 통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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