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노무현을 뒤이을 수 없다

조금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조금 무책임한 타이틀이다. 한 치 앞도 내다 보기 힘든 한국 정치에서 어떻게 저런 단언을 내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선 자극적인 제목에 대한 사과로 글을 시작하겠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이 국민참여당의 새 대표로 선출되었다. 단독 입후보하여 총 3060표 가운데 2969표의 찬성, 압도적인 득표율로 선출되었다. 예상되었던 바이기 때문에 전혀 놀랄 것은 없다. 다만 유시민이 드디어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 이제 야권의 대선후보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경쟁 구도는 크게 보아 2강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2중 (정동영, 한명숙) 다약 (나머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2강이 정말 '强하다'고 볼 수는 없다. 상대 진영에서 대세론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비해 현재 지지율에서 현저히 밀리기 때문이다. 손학규, 유시민과 지지율이 비슷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 쪽에서 '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솔직히 유시민은 선거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유시민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여 김문수 도지사에게 패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가 전국적으로 야권의 승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시민의 패배는 유시민 개인의 패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시민의 경쟁력을 결코 저평가할 수 없다. 일단 2012년 대선은 어느 쪽이 이기든 간에 2007년 대선처럼 일방적인 승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본선 득표율도 낮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유시민은 잠재력이 높은 후보로 여겨진다.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이른바 '유빠'라 불리는 강력한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다. 2002년 노무현이 그랬다. 노무현 추모 정서로 탄력을 받는다면 '노풍' 못지 않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 유시민은 2002년 노무현보다 훨씬 많은 고정 지지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박근혜가 폭넓고 강력한 고정 지지층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맞설 수 있는 후보는 유시민 뿐이라는 논리도 제법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유시민이 야권의 2012년 승리를 이끌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야권 내부 경선 경쟁력과 본선 경쟁력으로 나누어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 글은 내부 경쟁력을 이야기할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유시민이 야권의 단일 주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1. 친노의 분화

몇 일 전, 의미 있는 뉴스 하나가 나왔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차기 대선주자로 손학규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대표 선출을 3일 앞두고 나온 소식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그보다 조금 전에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유시민은 친노가 아니다'며 '이광재, 안희정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사실 국민참여당은 '친노 정당'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막상 대표적 친노 인사는 유시민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정도다. 우리가 보통 '친노'하면 떠올리는 문재인,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한명숙은 참여당과 거리가 멀다. 3당합당 시절부터 노무현과 함께 했던 김정길도 민주당 소속이고, 2002년 유시민과 함께 개혁당을 이끌었던 김원웅도 민주당 소속이다.

'친노' 이미지가 유시민이 야권의 유력 주자로 손꼽힐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현 시점에서 야권의 유력 차기 주자는 손학규와 유시민 아니던가? 손학규는 야권의 '비노' 진영을 대표하고 있고, 유시민은 '친노' 진영을 대표하고 있다. 

유시민 역시 '친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민참여당은 노란색깔을 사용하고, 유시민은 대외 행사마다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다닌다. 국민참여당은 스스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 '노무현의 삶을 당원의 삶과 당의 정치적 실천을 규율하는 거울로 삼을 것'이라고 자처한다.

그러나 유시민을 둘러싼 상황은 점차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작 친노 인사들은 '친노 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참여당을 외면한다. 친노 지지자들의 지지도 완전히 획득하지 못 하고 있다. 유시민의 여론조사 상 지지율은 10% 내외를 넘나들지만, 국민참여당의 지지율은 5%도 되지 않는다. 20%를 넘는 민주당 지지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유시민의 '친노' 대표성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유시민에 대적할 수 있는 친노 대권주자를 내놓는다면? 유시민은 급격한 도전을 받게 된다. 앞으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민주당과 민주당 내 친노들의 유시민 견제가 치열해질 것이다. 그 주자가 굳이 '친노'일 필요도 없다. 친노 진영이 손학규 중심으로 뭉치면서 '안티 유시민'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이광재의 손학규 지지 선언은 그 시작일지 모른다.


2. 유시민이 대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009년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다. 이 서거정국 속에서 두 대통령은 진보 진영의 어떤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진보 진영의 큰 스승이 되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롤 모델이 되었다. 

노무현이 상징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 것을 연구하는 것은 진보 진영의 공통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대표적인 친노 진영의 정치인들이 그 것을 하나씩 가져갔다고 생각한다.

노무현-문재인 : 권력에 초연한 모습. 노무현은 어떤 결정적인 상황마다 권력에 초연한 모습을 보였고, 그래서 강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문재인 본인은 정치를 끝까지 고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정치권의 손짓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력에 욕심 없는 모습, 그 모습은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던 노 대통령의 말대로 문재인에게 오리지널리티가 있는지도 모른다.

노무현-한명숙 : 국민 통합. 노무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로 꼽았다는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생 지역주의에 맞섰고, 국민 통합에 가치를 두고 정치를 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 스타일 자체는 통합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그런 결점을 인식한 노 대통령에게 한명숙은 통합형 지도자로 적합한 인물이었다.

노무현-안희정 이광재 : 정치 철학의 공유. 노무현 대통령과 가장 정치 철학이 가까웠던 인물들이었다.

노무현-김두관 : 지역주의 타파. 지역주의 타파에 몸을 던졌던 노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한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노무현이 결국 부산, 경남 지역에서 한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것과 달리, 김두관은 경남도지사 당선이라는 엄청난 실적을 거두었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과 인간적으로 가깝지 않았고, 중앙정치에서 뛴 경험이 없다. 이 점이 '차기주자 김두관'의 부상을 시기적으로 늦추고 있다.

노무현-유시민 : 정치 스타일. 연설과 토론을 잘 하고, 정적들과 맞서 싸우는 정치 스타일. 유시민은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별명도 가졌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을 비호하기 위해 한나라당 뿐 아니라, 당내 386 인사들과도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노무현을 위해 싸웠다'는 점이 그의 '친노' 이미지를 굳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쭉 살펴 보면 유시민이 대표적인 '친노' 차기 주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나타난다. 노무현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가장 닮은 것이 유시민이었고, 대외적으로 노무현을 위해 가장 열심히 싸운 사람이 유시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노무현 사후에 유시민이 국민참여당을 통해 '노무현 이미지를 재생산'하는데 적극적이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TV와 신문을 통해 '이미지를 소비'하는 대중들은 안희정, 이광재 등을 접하기 어려웠던 반면, 유시민을 자주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이미지냐는 의문이 남는다. 앞으로 민주당 내 친노 정치인들과 유시민 사이에 '노무현 계승'에 대한 경쟁이 가속화될 경우, 유시민은 '정말 무엇이 노무현을 계승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문에서 유시민은 불리한 조건이 몇 가지 있다.

가령 '지역주의 타파'를 생각해 보자. 2008 총선 당시 유시민은 대구에 출마했고 "대구에 뼈를 묻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년 만에 경기도지사로 출마했다. 물론 정권 심판이라는 막중한 과제 때문이었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유시민은 결국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지 못 했다. 결국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친 셈이다. 심지어 '유시민이었기 때문에' 졌다는 패인 분석도 쏟아졌다.

정치개혁의 가치도 마찬가지다. 그는 명분을 놓쳤다.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에서 탈당해야 했던 명분이 무엇인가? 대다수 국민들은 납득하고 말고를 떠나, 왜 민주당에서 탈당했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설령 그 명분이 있다고 해도 대다수 친노 인사들이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명분이 많이 퇴색된게 사실이다.


3. 민주당과 유시민, 그 애증의 관계

지금 모든 진보 야당들은 야권 연대, 야권 통합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 것은 분명히 쉽지 않다. 지난해 6.2지방선거만 하더라도, 중앙당 차원에서는 사실상 연대에 실패했다. 영남과 호남에서는 연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가 이루어진 것은 지방선거의 특성 때문이었다. 우선 1인 8표제 때문에 협상이 가능했다. "광역단체장은 니가 먹고, 기초단체장은 내가 먹고" 식의 협상이 가능했다. 그리고 지방선거의 특성 상, 지역의 지구당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각 지역별로 야권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은 지방선거와 다르다. 이건 중앙당 차원에서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게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난감한 부분은 호남이다. 총선에서 민주당은 많든 적든 호남 의석의 상당수를 야권에 양보해야 한다. 일단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양보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그 현역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큰 문제다. 그리고 그 무소속들이 대거 당선되면 어떡할 것인가? 그들의 민주당 복당을 허용하지 않을 것인가?

야권 연대는 적든 많든 호남의 양보를 수반한다. 그리고 그 것은 호남 지역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호남 지역주의에 대한 논란은 어쩔 수 없이 야권 내의 치열한 논쟁을 촉발한다. 그리고 이 때 논란의 핵심에 서는 인물이 '호남 지역주의에 비판적인' 유시민이다. 최근 칼럼니스트 고종석이 유시민에게 '영남패권주의자'라며 날선 비판을 가했는데.. 유시민에 대한 호남의 정서가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시민의 존재는 야권 통합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호남 뿐 아니라, 민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시민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는 점은 야권 통합 과정에서 굉장한 난제로 작용할 것이다.

4. 손학규 변수

위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유시민은 차기 주자로 자리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것은 바로 여론의 힘이다. 유시민이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받는다면 위와 같은 문제는 모두 덮을 수 있고, 야권 지지층은 그에게 몰려들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야권에 경쟁력 있는 주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손학규라는 존재가 있다.

지금까지 유시민이 야권 주자로 부각되어 왔던 것은 야권에 유시민만한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존재감 있는 후보가 없었고, 특히 친노 진영 중에는 더더욱 없었다. 한명숙이 잠깐 부각되었으나 점점 밀려나는 형국이다.

그러나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주자들이 등장한다. 특히 손학규의 존재감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손학규가 민주당을 이끌만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느냐에는 의문부호가 달리지만, 어쨌든 손학규는 차기 주자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불확실하다. 손학규는 이제 갓 야당 대표로 자리를 잡았다. 그 동안 손학규가 쌓아 올린 이미지는 주로 한나라당 시절이었다. 이제 민주당 손학규, 야당인 손학규로서 이미지를 쌓아 올려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손학규는 유시민 못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다. 따라서 손학규가 따는 점수가 유시민의 점수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유시민의 인기가 단지 '유일 존재감' 때문이었는지, 유시민의 힘 때문이었는지 확인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대권주자들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다. 앞으로 유시민의 존재감은 도전 받을 것이고, 유시민의 운명은 여기에 대처하기 나름이다.



전체적으로 유시민에게 비관적인 글을 썼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야권 통합 과정도 변수고, 그 외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보다 자세한 토론이 댓글을 통해 이루어지길 바란다...

dsfasdfa


히어로즈, 암울한 트레이드 역사


여자축구, 아시안게임 동메달 쾌거! (+시상식에서 국기게양을 쳐다보지 않은 북한 선수단 이야기)

동메달이다. 감격스럽다.

#동메달!!

아시안게임이라는 대회 특성 상, 동메달이 금메달에게 묻히는건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금메달이 62개 아닌가. 이걸 전부 다루는 것도 벅찬 상황에 51개의 은메달과 67개의 동메달까지 다뤄주길 바라는건 조금 무리다. 사실 저 금메달 62개 중에 요트, 볼링, 승마 같은 종목들은 방송에서 제대로 중계해주지도 않았다. 올림픽이면 몰라도 아시안게임에서 왜 동메달에 관심을 갖지 않느냐고 불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의 여자축구는 조금 애매한 위치에 있다. 인기종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인기종목이라 하기도 뭣하다. 사실 '동메달치고' 제법 많은 관심을 받는 것도 사실이고, 어쨌든 지소연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오늘자 조선일보는 여자축구 동메달을 한 줄도 다루지 않았다. 인기종목이라 하기도 그렇고, 비인기종목이라 하기도 그렇다.

잡설은 그만하자. 여자축구는 개인적으로 수영 박태환, 야구, 남자축구, 남녀양궁과 함께 가장 주목했던 종목이었다. 올해 여자축구는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먼저 U-20 월드컵 3위에 사상 최초로 월드컵 실버볼/실버슈를 배출했다. 이어 동생들이 U-17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한국이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여자축구의 발전이 과연 성인 무대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그 와중에 아시안게임이 열렸다. 남자축구와 달리 여자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연령제한이 없다. 성인대표팀이 그대로 출전한다. 사람들은 한국 여자축구가 성인무대에서도 발전을 이룩했는지 보고 싶어 했다. 또, 올해 여자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지소연이 성인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금메달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있었지만, 최근 일본과 북한의 실력을 감안하면 금메달은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어렵다고 봐야 했다. 여자축구 피파랭킹 상 일본은 5위, 북한은 6위다. 남자축구 피파랭킹 5위는 아르헨티나, 6위는 잉글랜드다. 사상 최초의 메달만 따도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결코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지소연의 '맹세'대로 여자축구 대표팀은 감격스런 사상 최초 메달을 따냈다. 지소연은 5골로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다. 4년 전 도하에서 한국 축구 사상 최연소 A매치 득점기록을 기록했던 만 15세 소녀는 이제 어엿한 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지소연 못지 않게 강한 인상을 남긴 전가을. 경기 중 모습을 보면 상당히 털털하고 터프한 성격 같다.

# 경험, 자신감

뚜껑을 열어보니 이제 한국 여자축구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확인했다. 먼저 베트남, 요르단 등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일단 일본 북한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팀들은 절대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어 중국과 북한이라는 벽을 만났다. 예선 중국전에서는 0-0 무승부 뒤 승부차기로 승리, 준결승 북한 전에서는 연장혈투 끝에 3-1 패, 중국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는 2-0 완승을 거두었다. 중국이 최근 하향세라고 하지만 어쨌든 홈 어드밴티지를 가진 팀이었다. 일단 중국이란 벽을 넘어 사상 최초 메달을 따내는 역사적인 대회를 치뤘다.

사실 예선 중국전과 준결승 북한전에서는 다소 얼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준결승전에서는 체력과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골결정력에서 북한을 따라가지 못 했다. 물론 그 것도 커다란 실력차이지만, 이런 대회 경험이 쌓이면 점차 따라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기술적, 전술적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허정무가 계속 '실력 상 별 차이가 없다, 대등하다'고 외친 것은 단순히 이기길 바라는 마음만은 아니었다. (좀 소음이기는 했다) 실제로 우리 여자축구는 대등한 실력을 갖추었다. 다만 그 '실력을 꺼내어 보이는' 실력에서 뒤졌다. 무엇보다도 북한을 상대로 연장 승부를 이끌어냈다는 것은 앞으로 큰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준결승 중국전은 예선 중국전과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예선전에서 수비하기에 급급했던 우리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다운 공격을 펼쳤고, 중국을 압도할 수 있었다. 짧은 패스웍이 완벽히 들어맞았다. 앞으로 북한과 다시 맞붙으면 준결승전과 다른 양상일 수 있다고 본다.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 경험을 통해 상대를 알고, 자신감을 얻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여자축구팀의 강점은 젊고 어리다는 것이다. 지금 이 멤버 전원이 다음 런던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나이다. 게다가 우리는 U-20 3위 멤버들과 U-17 우승 멤버들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U-20 멤버들 중 대표팀 주전은 현재 지소연 뿐이다. 김나래, 김혜리, 문소리 등이 조금씩 출장 기회를 얻었다. 앞으로 U-20의 이현영 권은솜, U-17의 여민지 김아름 등 좋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점점 발전할 것이다.

최인철 감독은 U-20 월드컵 3위에 이어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지휘했다. 앞으로는 3위보다 우승을 더 많이!

# 전술, 전술, 전술, 실력

전력을 살짝 살펴보자.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남자축구에 비해 여자축구는 아직 역사가 짧은만큼 전술이 많이 발달하지 못 했다. 아직은 남자축구만큼 다양하고 창조적인 전술이 많지 않다. 그렇지만 원래 4-4-2 포메이션은 전술 운용의 폭이 가장 넓은 포메이션이다. 최인철 감독의 전술은 나름대로 4-4-2 속에서 창조적인 패스 플레이를 구현했다.

박희영 원톱에 지소연이 처진 공격수 역할을 맡았다. 지소연은 포워드라기보다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박희영 역시 일반적인 '원톱'은 아니었다. 종종 왼쪽 측면과 처진 위치에서 돌파와 패스를 맡았다. 그에 따라 지소연 전가을 등 다른 선수들이 최전방까지 올라가는 모습이 자주 나타났다.

왼쪽 윙어는 김수연, 오른쪽 윙어는 전가을, 중앙 미드필더는 박은정과 권하늘이었다. 이 가운데 박희영이 종종 왼쪽 측면에서 뛰는 모습이 나타났고, 이런 때 김수연은 중앙미드필더의 역할까지 담당했다. 전가을은 사실상 대표팀의 에이스였다. 약간 후방에서 패스를 공급하는 역할, 오른쪽에서 드리블 돌파의 역할, 종종 최전방에 기습 침투하는 역할, 그리고 세트피스에서 키커까지 - 다방면에서 뛰어다녔다. 

여자축구는 스피드가 느린 대신, 아기자기한 패스 연결이 오가는 맛이 있다. 우리 대표팀은 그 패스웍을 잘하는 팀이다. 패스웍의 기본은 볼터치와 개인기다. 볼을 키핑할 능력이 있어야 패스도 잘 할 수 있다. 우리 대표팀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은 모두 테크니션들로 구성되어 있다. 수비수들도 테크닉이 좋다. 모두들 볼키핑 능력은 좋다. 패싱력도 모두 수준급이다. 

하지만 북한은 강력한 피지컬 우위를 보여주었고, 기술 수준도 우리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진 않았다. 북한의 강한 압박은 우리의 패스웍을 적극적으로 차단했고, 우리의 중앙 미드필드는 공격에 있어 별다른 역할을 보여주지 못 했다. 우리는 롱패스에 의존한 다이렉트 축구에 급급했다. 이제 우리 대표팀은 패스축구를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체력적 압박을 풀어내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많이들 알다시피, 남자축구에서 프랑스가 주도한 아트사커는 한국 그리스 등이 주도한 압박 축구 앞에서 무너졌다. 그리고 압박축구의 트렌드를 무너뜨린 것은 맨유가 주도한 '포지션 파괴'와 FC바르셀로나 및 스페인 대표팀이 주도한 '패스 축구'였다. 하지만 흔히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맨유 축구와 바르샤 축구에는 '압박'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준결승전에서 북한을 상대로 상당히 강력한 수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방에서 압박으로 미리 볼을 차단하고 역습하는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고 본다. 그에 비해 북한은 우리가 후방에서 공격으로 전환하기 전에 공격을 차단하고 볼을 빼앗았다. 보는 사람으로서도 숨이 턱턱 막힐만큼 짜증나는 부분이었다. 어쨌든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대표팀 공격전술의 핵심인 전가을과 지소연이 아직 완전히 팀 전술에 녹아들지 않았다는 느낌도 든다.


아무튼 동메달이란 쾌거를 이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은 최초로 여자축구 금메달을 따냈다. 사실 일본은 오랜동안 여자축구에서 중국, 북한보다 약간 뒤처져 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이 하향세를 탔고, 일본은 아시아 최강으로 발돋움했다. 일본이 이제서야 첫 금메달을 땄는데 우리가 처음부터 금메달을 바란다면 욕심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면 조만간 아시아 최강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여자축구 동메달 위업을 보았으니~~ 남자축구도 분발해서 금메달을 따도록 하자!


그리고!!

일본에 져 은메달을 딴 여자축구 선수들이 국기 게양대를 바라보지 않고 침통해 하는 모습이 화제다. 저기 뒷태가 아리따우신 중국 누님이 국기게양대를 보라고 안내하는데 그냥 '씹었다'-_-

네티즌들 반응을 보니 '스포츠 정신이 아니다'라는 비판 기류가 조금 더 강하지만, '속 시원하다' '멋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자존심도 없냐'는 반응도 많다. 혹자는 북한 선수들이 미즈노 축구화를 신고 있는 아이러니를 지적하기도 했다.

따로 포스팅할까 했는데... 따로 포스팅하면 아마 이오공감에 오를거 같기도 하다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첫째, 아시안게임에서 수많은 경기를 치르는데 일본한테 질 때마다 저렇게 고개를 돌려야 하는 것인가? 그럼 우리나라 유도선수 수영선수들은 뭐 어쩌라고-_-;;;

둘째, 개인스포츠에서 개인이 분한 마음에 국기를 안 쳐다볼 수는 있지만... 저건 팀 스포츠 축구다. 상부의 지시가 없었겠는가?

셋째, 진정한 극일(克日)은 일본에게 져서 씩씩대는 저 인공기의 아이들인가, 아니면 일본에 컴플렉스를 느끼지 않는 저 태극기의 아이들인가?

넷째, 지금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누르고 종합 2위에 올라있는 나라는 인공기의 나라인가, 태극기의 나라인가? 정말 일본을 이기는 방법이 무엇인가?

다섯째, 우리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일장기 구경하고 기미가요를 감상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태극기를 지켜보며 감회에 젖어 있었을까?

축구 한 경기 지고 나서 분한 마음에 일장기를 쳐다보지 않는 것 따위가 역사의식은 아니다. 진정한 역사의식은 일본을 알고, 일본을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다. 저건 그냥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과거에 얽매어 있는 찌질한 짓이다. 더군다나 청년대장 김정은 돼지가 무서운 감독 또는 주장의 명령일 뿐이다. 저건 결코 부러워할 일도 아니고, 역사의식도 아니다.

1